항암 중 독감 예방접종, 미루지 말고 맞으세요
암 환자에게 감염은 며칠 앓고 지나가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항암치료로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같은 감염병도 중증으로 번지기 쉽고, 그 때문에 항암 일정이 미뤄지면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중 감염을 미리 막는 일이 중요하며, 그중에서도 인플루엔자(독감)는 암 환자가 특히 조심해야 할 감염병으로 꼽힙니다. 건강한 성인은 대개 앓고 나면 회복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면역이 떨어진 암 환자는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장인 박지수 종양내과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김정호 교수가 암 환자의 예방접종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 면역력을 높이는 것보다 예방할 수 있는 감염에 대비하는 것이 먼저
박지수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것을 느낀 환자들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많이 찾지만, 백신으로 막을 수 있는 감염에 대한 면역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감염이 생기면 항암 일정이 밀리고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호 교수는 인플루엔자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감염병이며, 65세 이상이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들어간 것도 그만큼 백신의 근거가 오래 쌓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독감 외에도 폐렴알균(폐렴구균), 대상포진, 최근 도입된 RSV,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을 함께 살펴야 하고, B형간염처럼 항체가 없는 경우에는 추가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언제 맞을까: 가장 좋은 시점보다 빠짐없이 맞는 것이 중요
예전에는 항암제를 3주 간격으로 맞거나 1주 맞고 1주 쉬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투여 뒤 7~10일 사이에 백혈구 수치가 가장 낮아지기 때문에, 수치가 회복된 뒤 다음 주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박지수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처럼 계속 투여하는 약이 늘어 치료 주기가 다양해졌고, 멀리 사는 환자가 접종만을 위해 다시 병원에 오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 뒤 보조항암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수술과 항암 시작 사이에 맞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습니다.
김정호 교수는 가장 좋은 시점을 찾는 것보다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병원에 온 김에 맞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라고 말했습니다. 항암치료가 예정돼 있다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맞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도 선택지
김정호 교수는 여러 연구에서 고면역원성 백신이 표준용량 백신보다 면역 반응이 더 좋게 나타났다며, 면역이 떨어진 암 환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권할 만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국가예방접종으로 무료로 맞을 수 있는 것은 표준용량 백신이어서, 고면역원성 백신은 비용을 내야 하므로 장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동의한 뒤 접종한다고 했습니다. 박지수 교수는 항암치료를 계속 받는 환자는 면역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기 어렵다며, 면역이 떨어진 상태라도 맞지 않는 것보다는 맞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 접종 뒤 열이 나면
박지수 교수는 흔한 이상반응으로 발열과 근육통, 접종 부위가 붓거나 열감이 있는 반응을 꼽았습니다. 38도 이상의 열이 2~3일 넘게 계속되거나 전신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면 병원에 오도록 안내하고, 그 밖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쉬도록 권한다고 했습니다. 김정호 교수는 접종 당일이나 다음 날 미열과 접종 부위 통증·부기가 생길 수 있지만, 암 환자의 열을 무조건 백신 탓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2~3일이 지나도 열이 계속되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날 맞아도 될까
김정호 교수는 연구에서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함께 맞은 사람과 따로 맞은 사람 사이에 이상반응과 면역 반응 모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지수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겨드랑이 림프절이 잠시 부어 재발로 오인될 수 있으므로, 수술한 쪽의 반대편 팔에 맞도록 안내한다고 했습니다. 두 백신을 양쪽 팔에 나눠 맞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접종 부위만 조정하면 됩니다.
■ 접종은 병원 시스템으로 챙겨야
박지수 교수는 예방접종을 환자의 개별 문의나 의료진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연세암병원은 원칙적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를 원내 성인예방접종클리닉(감염내과)에 의뢰해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독감·폐렴구균 등 필요한 접종 일정을 세운다고 소개했습니다. 김정호 교수는 첫 진료 단계에서 의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새 백신이 계속 나오고 기존 권고도 바뀌므로 환자마다 맞춤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암 환자는 세균과 바이러스뿐 아니라 곰팡이(진균) 감염도 생길 수 있어, 감염내과와 협진하면 항생제 선택과 중단 시점 등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 가족도 함께 맞고, 유행 중이라도 늦지 않아
박지수 교수는 독감 백신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맞도록 안내하며, 해외여행에 필요한 접종은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따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정호 교수는 암 환자라고 외출이나 여행을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호흡기 감염 유행기에는 함께 사는 가족이 미리 접종하는 것이 환자의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독감은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0월쯤 유행이 시작돼 12~1월에 정점을 찍고 4~5월쯤 줄어듭니다. 접종 뒤 항체가 생기기까지 약 2주가 걸리므로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에 맞는 것이 좋습니다. 2026~2027절기 국가예방접종은 2026년 9월 2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대상별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김정호 교수는 유행 전에 맞지 못했더라도 12~1월에 접종을 건너뛸 이유는 없으며, 유행 중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맞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 표적치료·면역항암 중이어도 대부분 접종 가능
박지수 교수는 암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상태가 나빠지는 일을 가장 피하고 싶다며, 상당수 감염은 접종으로 막을 수 있으니 접종하면 몸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지나친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맞고 있다고 스스로 접종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지 말고, 대부분 접종이 가능하므로 먼저 의료진에게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김정호 교수도 국내 백신은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들어오므로 안전성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고, 백신이 항암치료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본 정보는 참고용이며, 진단과 치료 관련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출처: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암 치료만큼 중요한 감염 예방…예방접종, 치료여정의 일부로 생각해야”,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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